망국의 왕자는 신라를 삼키기로 했다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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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역사적 팩트를 웹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삼국사기, 삼국유사에 기록된 정사 기반)
📢 등장 인물: 김유신, 김춘추

폐위된 진지왕의 손자이자 현재 국왕인 진평왕의 외손자 김춘추.
허나 그 화려한 족보는 지금 그에게 낙인이나 다름 없었다.
‘재수 옴붙은 놈. 가까이하면 부정 타는 폐왕의 후손.’
그게 귀족들이 춘추를 부르는 멸칭이었다.
그래서 그는 늘 혼자였다.
지금처럼 아무도 어울려주지 않아 홀로 흙바닥을 차며 공놀이나 하는 처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유신은 저벅저벅 김춘추를 향해 다가갔다.
‘다들 똥을 피하듯 피해 다니는군.’
하지만 유신의 머릿속에서 주판알이 빠르게 굴러갔다.
지금 서라벌의 권력 지형은 꽉 막혀 있었다.
성골 남자는 씨가 말랐고 차기 왕위는 진평왕의 딸들(덕만, 천명)에게 넘어갈 공산이 컸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언젠가는 다시 남자의 핏줄을 찾을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김유신은 김춘추를 훑어보았다.
겉으로는 바보처럼 헤실거리고 있지만 공을 차는 발끝에는 분노가 실려 있었다.
‘그래, 저 놈이다.’
지금은 비록 진골로 떨어졌지만, 혈통이라는 본질가치는 확실한 놈.
무엇보다 힘이 없어서 내 손을 절대 뿌리치지 못할 놈.
‘저 버려진 돌을 나는 주춧돌로 써야겠다.’
김유신은 입매를 당겨 올려 웃으며 말을 걸었다.
“공자님.”
툭.
춘추의 발앞에 구르던 가죽 공(축국)을 유신이 밟아 세웠다. 춘추가 고개를 들었다. 순한 눈매. 하지만 그 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누구시오?”
“김유신이라 합니다.”
김춘추의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김유신.
화랑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다.
백석의 목을 벤 미친놈이자 검술 하나는 신라 제일이라는 가야의 핏줄.
“소문은 익히 들었소. 화랑도의 그 유명한 유신랑 아니신가.”
김춘추가 쓴웃음을 지으며 뒷걸음질 쳤다.
“헌데 내게 무슨 볼일이오? 보다시피 나는 따르는 무리도 없는 한량이라 그대에게 줄 것이 없는데.”
김유신이 발끝으로 공을 톡 차올려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김춘추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혼자 노는 건 지루하지 않으십니까. 저와 한 판 하시지요.”
김유신이 공을 김춘추 쪽으로 툭 던졌다.
김춘추는 얼떨결에 공을 받아들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연무장의 다른 화랑들이 수군거리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거 김유신 아니야? 왜 춘추 공이랑 있어?”
“왕따끼리 만났네. 끼리끼리 논다더니.”
김춘추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신랑, 나랑 엮여서 좋을 거 없소. 사람들은 나를 재수 없는 놈이라 부르오.”
“상관없습니다.”
김유신이 피식 웃었다.
“사람들은 저를 망국의 왕자라 부르더군요.”
“……!”
“어차피 환영받지 못하는 놈들끼리 공 한 번 찬다고 뭐 더 나빠지겠습니까?”
김춘추가 멍하니 김유신을 바라보았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우린 동류다라고 말하는 사내는.
김춘추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재밌는 사람이군. 좋소.”
시작은 가벼운 공놀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가 더해졌다.
김유신은 적당히 져주지 않았다.
오히려 김춘추의 승부욕을 자극하며 계속 몰아붙였다.
“그거밖에 안 되십니까! 왕손의 발재간이 고작 이겁니까!”
“헉헉… 이 사람이 진짜!”
김춘추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달려들었다.
땀에 젖은 얼굴에서 어느새 평소의 무기력함은 사라져 있었다.
김유신은 김춘추의 움직임을 매의 눈으로 관찰했다.
몸놀림이 나쁘지 않다.
체력도 좋다.
무엇보다 지기 싫어하는 저 독기.
‘잘 다듬으면 쓸만하겠어. 내 더러운 핏줄을 가려줄 가장 고귀한 칼집이 되기에 제격이군.’
기회는 금방 왔다.
김춘추가 공을 차지하려 무리하게 발을 뻗는 순간이었다.
김유신은 피하는 척하며 아주 교묘하게 발을 뻗었다.
목표는 공이 아니라 김춘추의 옷자락 밑단 길게 늘어진 옷고름이었다.
찌이익-!
“앗!”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김춘추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비단 옷자락이 김유신의 발에 밟혀 흉하게 찢겨 나갔다.
바지가 덜렁거릴 정도로 민망한 꼴이 되었다.
“이, 이런…….”
김춘추는 굉장히 당황했고,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귀한 비단옷이 걸레짝이 되었으니 왕족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주변 화랑들이 낄낄거리며 비웃을 준비를 했다.
그때 유신이 춘추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손을 내밀었다.
“제 실수입니다. 승부에 너무 몰입했군요.”
“아니오. 내가 부주의했지. 헌데 이 꼴로 집으로 갈 수가…….”
김춘추가 난감한 표정으로 찢어진 옷을 부여잡았다.
이대로 나가면 귀족들의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
김유신은 기다렸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제안했다.
“걱정 마십시오. 마침 제 집이 여기서 코 닿을 거리입니다.”
김유신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제 누이의 바느질 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잠시 들러 옷을 기워 입고 가시지요.”
김춘추는 잠시 망설였다.
처음 보는 사내의 집에 그것도 여동생이 있는 곳에 함부로 가는 건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눈앞의 김유신은 너무나 듬직해 보였고 당장 찢어진 바지 사이로 속살이 보이는 긴급 상황.
“……그럼 신세 좀 지겠소.”
김춘추가 김유신의 손을 잡았다.
덥석.
‘제 발로 들어온 이상 빈손으로는 못 나가십니다.’
상대는 미끼를 물었고, 이제 남은 건 아주 뜨거운 불장난뿐이었다.
🔍팩트 체크. 축국이란?
당시 신라 귀족들이 즐기던 스포츠로 현대의 축구와 제기차기를 섞은 형태입니다. 가죽 주머니에 털을 넣어 공을 만들었습니다.
역사적 팩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모두 "김유신이 김춘추와 축국을 하다가 고의로 옷을 밟아 찢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유신의 정치적 공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김유신의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여기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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