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 오디세이 5편: 멘델 유전 법칙의 재발견과 유전학의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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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5년 만에 부활한 멘델
19세기 말, 유럽 각지에서는 식물학자들이 각자 품종 개량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1900년 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죠.
서로 일면식도 없던 세 명의 과학자가 거의 동시에 똑같은 사실을 발표한 것입니다.
휘호 더프리스 (네덜란드): 달맞이꽃 연구
카를 코렌스 (독일): 완두와 옥수수 연구
에리히 폰 체르마크 (오스트리아): 완두 육종 연구
이들은 각자 실험을 통해 "형질이 3:1의 비율로 유전 된다"는 규칙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식물들은 다행히 조아시아처럼 무수정생식(Apomixis)하는 식물이 아니었죠.
이들은 논문을 쓰기 위해 문헌을 뒤지던 그들은 곧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아니, 35년 전에 오스트리아의 이름 모를 수도사(멘델)가 이걸 이미 다 밝혀냈잖아?!“
자신들이 '최초'가 아님을 알게 된 그들은,
멘델의 업적을 세상에 알리며 자신의 연구를 "멘델 법칙의 재확인"이라고 발표합니다.
이렇게 1900년은 멘델이 무덤 속에서 부활한 해이자, 공식적인 '유전학의 원년'이 되었습니다.
2. 의심 많은 천재, 토마스 헌트 모건

멘델의 법칙이 재발견되자 과학계는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환호한 건 아니었습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토마스 헌트 모건 교수는 대표적인 회의론자였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유전 인자'가 콩 색깔을 결정한다고? 그건 너무 수학적이고 가상적인 이야기야.”
모건은 멘델의 법칙을 반박하거나, 혹은 진화의 진짜 원동력인 '돌연변이'를 찾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1908년, 그는 좁고 냄새나는 실험실, 일명 '초파리 방'에서 수천 마리의 초파리와 동거를 시작합니다. 초파리 배양실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는 정말 지독하죠. 하하하하하....
3. 흰 눈의 초파리, "유전자를 보여주다“

1910년 5월, 모건의 실험실에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돌연변이 초파리를 만들기 위해 모건은 무수히 많은 실험을 했었어요. 초파리에게 일부러 화학물질도 투여하고 방사능도 쪼이고... (초파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데 이건 다 헛수고였고,, 위대한 발견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돌연변이 초파리로부터 였습니다!!!!! 위에 있는 초파리 사진을 보세요.
원래 초파리는 빨간 눈만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빨간 눈만 있어야 할 초파리 떼 사이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흰 눈을 가진 수컷' 한 마리가 발견된 것입니다.
모건은 이 귀한 녀석을 정성껏 키워 교배 실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멘델의 “독립의 법칙”과 묘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3:1).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흰 눈을 가진 초파리는 몽땅 '수컷'이었습니다.

3:1의 비율 등장: F2 세대에서 빨간 눈과 흰 눈이 3:1로 나왔습니다. (멘델이 맞았다!!!!!!!)
여기서 모건의 천재성이 빛을 발합니다. 그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눈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성별을 결정하는 염색체(X 염색체) 위에 얹혀 있구나!"
이것은 과학사적으로 엄청난 의미였습니다.
가상의 개념이었던 멘델의 유전 인자가, 실제 눈에 보이는 세포 속 구조물(염색체)의 특정 위치에 존재한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설'입니다.)
에필로그: 완두콩에서 초파리로 멘델이 유전의 '소프트웨어(논리)'를 만들었다면,
모건은 그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하드웨어(염색체)'를 찾아낸 셈입니다.
모건은 이후 제자들과 함께
1) 염색체 위에서 유전자가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과,
2) '연관'과 '교차' 현상까지 밝혀내며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나갔습니다.
‘연관’은요....유전자가 한 염색체 위에 가까이 있다면 유전될 때 함께 되고요...
‘교차’는요....멀리 떨어져 있다면 상동염색체 끼리 교차되어 분리되어 마치 독립적으로 유전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3편에서 얘기 했구요.. 3편에 있는 그림 참고해보세요.
멘델을 의심했던 과학자가, 아이러니하게도 멘델을 가장 완벽하게 증명하고,
또 유전자 지도까지 만들어서 1933년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유전학은, 1900년 세 과학자의 정직한 재발견과 1910년 모건의 집요한 초파리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답니다.
(토마스 헌트 모건의 일생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
(유전학 오디세이 6편은 여기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