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 오디세이 2편: 정원의 수도사 - 그레고어 멘델과 유전학의 탄생



(유전학 오디세이 1편은 여기서 보세요)


1. 멘델은 수도원의 콩 농사 담당 수도사?


아닙니다!!!!!

최초의 ‘데이터 분석가’였습니다.

현대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어 멘델(Gregor Johann Mendel).

우리는 흔히 그를 세상과 단절된 채 묵묵히 콩이나 심던 시골 수도사로 상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낭만적인 오해입니다. 사실 멘델은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 호흡하던 준비된 과학자였습니다.

1843년 그가 입회한 브르노의 성 토마스 수도원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닌 모라비아 지역의 '지적 허브'였습니다.

수도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비엔나 대학에 유학한 멘델은 그곳에서 도플러 효과로 유명한 크리스티안 도플러에게 물리학과 수학을 배웁니다. 이때 배운 실험 설계와 통계적 분석법은 훗날 그를 단순한 식물학자가 아닌, 생물학에 수학을 입힌 최초의 ‘수리 생물학자’로 만드는 결정적인 무기가 됩니다.

역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납니다!!!

멘델이 그 유명한 도플러의 제자였다니!!!!

역시 사람은 성공하려면 스승을 잘 만나야 합니다.

2. 끈질긴 관찰 탐구 그리고... 유전의 법칙을 세우다.

1856년부터 8년간, 멘델은 수도원 한구석 좁은 텃밭에서 무려 28,000포기의 완두콩을 심고 길렀습니다.

완두콩을 선택한 건 천재적인 직관이었습니다.
완두콩은 세대가 짧고 대립 형질(줄기가 긴 가 짧은 가, 둥글거나 주름지거나)이 뚜렷했으니까요.

세대가 짧다는 것!!!

이것 매우 중요합니다. 씨를 뿌리면 빨리 자란다는 겁니다. 그래서 관찰하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는 거죠. 그러니까 많은 데이터(즉 이 씨앗으로 자란 완두콩 줄기가 긴 가 짧은 가와 같은)를 빨리 얻을 수 있었던 거예요.

당시는 부모의 형질이 물감 섞이듯 합쳐져 중간 형질이 나온다는 ‘혼합 유전’설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멘델은 수만 번의 교배 실험과 통계 분석을 통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만약에 ‘혼합 유전’설이 맞는다면 완두콩 줄기의 길이는 모두 똑같을 거예요.
줄기가 긴 것과 짧은 것의 중간 길이... 그렇겠죠? 그런데 멘델은 완두콩 줄기의 길이를 조사 했을 때 항상 줄기가 긴 것과 짧은 것만 관찰 했지 중간 길이는 관찰하지 못했죠. 따라서 나온 결론이....

분리의 법칙: 유전자는 물감처럼 섞이는 게 아니라 ‘입자(오늘날의 유전자)’ 형태로 존재하며, 자식에게 전달될 때 뚜렷하게 분리된다는 것(3:1의 비율).




그리고 멘델은 또 관찰해 보니까 신기할 걸 또 찾아냈어요.

서로 다른 형질들, 그러니까 줄기가 긴 것과 짧은 것, 완두콩이 동그란 것과 쭈글쭈글한 것 이런 것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유전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나온 결론이....

독립의 법칙: 콩의 색깔과 모양처럼 서로 다른 형질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유전된다는 것.

고등학교 때 생물 공부 좀 하셨다면 어렴풋하게 9:3:3:1 이거 기억나시나요? 멘델은 두 형질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따로따로(독립적으로) 유전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기억이 안나요?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잘 몰라도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이런 발견을 한 게 참 쉽게 느껴지나요? 말로는 참 쉽게 들릴 거 에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처음에 뭐라고 했죠..?

좁은 수도원 텃밭이라고 했죠?

게다가 28,000 포기 완두콩!!!

그런데 멘델이 있던 곳은 수도원이에요. 하나님과 영적 교류를 하는 곳이죠. 그곳에서 하루 종일 공책을 들고 텃밭에서 완두콩만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아마 동료들은 뒤에서 수근 댔을 거라 짐작해요.



게다가...

멘델은 먼저 부모가 되는 꽃의 수술을 가위로 싹둑 잘라 제거해요.

일일이.. 게다가..

붓으로 다른 부모 꽃의 수술을 쓰윽 문질러서 가위로 수술이 제거된 꽃의 암술에다가 타가수분을 하죠.

전부 손으로 일일이 정성스럽게... 한 두 개요..? 아니요 아니요....아까 몇 포기 관찰했다고 했죠? 28,000포기!!!


세상을 바꾸는 발견.. 그런데 자기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하는 멘델은 자신의 호기심 하나만을 위해 묵묵히 8년간 이 연구를 수행했답니다.

(그레고어 멘델의 일생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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