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의 역사
범죄, 역사, 사회, 사건
최근 수정 시각 : 2026-01-10- 16:36:46
감옥은 인류가 고안한 가장 강력한 통제 시스템이지만,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은 언제나 그 벽을 넘어섰습니다. 1930년대 나무 권총으로 시작된 탈옥의 역사는 된장국으로 쇠창살을 녹이고, 헬리콥터로 하늘을 날며, 심지어 치실로 밧줄을 꼬아 탈출하는 기상천외한 진화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절규부터 멕시코 마약왕의 지하 터널까지, 이 기록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인간 본성과 시스템의 허점이 충돌하는 거대한 드라마입니다.
1934
[나무로 깎은 권총의 블러핑]
존 딜린저는 감방 내에서 구한 나무 조각을 깎고 구두약을 칠해 가짜 권총을 만들었습니다. 이 조잡한 모형 하나로 무장 교도관들을 심리적으로 제압하여 문을 열게 만들고 실제 무기고를 털었습니다. 보안관의 개인 승용차를 훔쳐 유유히 주 경계선을 넘으며 미국 사법 당국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습니다.
대공황 시대 '공적 1호'였던 딜린저의 이 탈옥은 대중에게 그를 신화적인 존재로 각인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FBI가 그를 최우선 검거 대상으로 지정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그는 4개월 후 시카고 극장 앞에서 사살되었습니다.
1944
[된장국으로 무너뜨린 감옥]
일본의 탈옥왕 요시 시라토리는 매일 식사로 나오는 된장국을 입에 머금었다가 뱉어 쇠창살과 수갑의 나사를 부식시켰습니다. 수개월간의 부식 끝에 헐거워진 족쇄를 풀고, 자신의 양 어깨 관절을 탈골시켜 좁은 시찰구를 통과했습니다. 이는 화학적 지식과 인간 육체의 극한적 변형이 결합된 전무후무한 탈출이었습니다.
그는 총 4번이나 탈옥에 성공했으며, 아바시리 교도소 탈출은 그중 가장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훗날 그는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우해 준 경찰관에게 감동해 자수를 선택했으며, 이는 탈옥의 동기가 단순한 도주가 아닌 인권에 대한 갈망이었음을 보여줍니다.
1962
[비옷 뗏목과 가짜 머리]
알카트라즈의 죄수들은 숟가락으로 벽을 파고, 비누와 머리카락으로 만든 정교한 가짜 머리를 침대에 눕혀 간수들을 속였습니다. 훔친 비옷 50여 벌을 본드로 이어 붙여 만든 뗏목을 타고 차가운 바다로 사라졌습니다. 절대 탈출 불가능하다던 '더 락(The Rock)'의 신화가 숟가락과 비옷 앞에 무너진 순간이었습니다.
프랭크 모리스와 앵글린 형제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들의 생존 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현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생존 가능성이 입증되기도 했으며, 이 사건은 영화 <알카트라즈 탈출>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1972
[총을 든 도시의 게릴라들]
이종대와 문도석은 교도소를 탈출한 뒤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 소총을 탈취해 무장 강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단순 도주범에서 중무장한 도시 게릴라로 변모한 이들은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비극을 선택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한국 사회의 치안 부재 공포와 범죄자들의 뒤틀린 가족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최인호의 소설 <지구인>과 영화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 등의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당시 교정 시스템이 고위험 수감자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음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77
[연쇄살인마의 두 번의 탈주]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는 재판 휴정 중 법원 도서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첫 번째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재수감된 후에는 크리스마스 연휴의 느슨한 감시를 틈타 천장 조명을 뜯고 기어 올라가 교도소장 아파트를 통해 걸어 나갔습니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시스템의 방심과 순간적인 기회를 포착한 기회주의적 탈옥이었습니다.
그는 도망친 기간 동안에도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의 탈옥은 교도관들의 나태함(Complacency)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교훈으로 남았습니다.
1983
[대도 조세형의 환기통 탈출]
대도 조세형은 법원 대기실에서 손목 통증을 핑계로 수갑을 느슨하게 한 뒤 몰래 풀어냈습니다. 유연한 신체를 이용해 벽면의 좁은 환기통을 뜯어내고 그 구멍을 통과해 대낮에 도주했습니다. 부유층의 집만 털었던 그의 행적과 맞물려 대중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겼습니다.
그가 훔친 물방울 다이아몬드 등 상류층의 사치품은 피해자들이 도난 신고조차 꺼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당시 사회의 빈부격차와 부조리를 드러내며 그를 '의적' 이미지로 포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86
[넥타린 수류탄과 헬리콥터]
미셸 보주르는 색칠한 넥타린(천도복숭아)을 수류탄인 척 위장해 교도관들을 위협하고 지붕으로 올라갔습니다. 때마침 헬리콥터 조종 면허를 딴 그의 아내가 헬기를 몰고 나타나 그를 낚아채듯 탈출시켰습니다. 과일을 무기로 둔갑시킨 기지와 아내의 헌신이 만들어낸 영화 같은 탈옥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범죄 역사상 가장 로맨틱하고 황당한 탈옥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미셸은 이후 다시 강도를 저지르다 체포되었으나, 이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1988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절규]
이송 중 탈주한 지강헌 일당은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TV 생중계를 통해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지강헌은 비지스의 노래를 틀어달라 요구하고 깨진 유리로 목을 겨누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습니다. 500만 원을 훔친 자신들에 비해 거액을 횡령하고도 풀려난 권력층을 향한 분노의 절규였습니다.
인질들이 오히려 그들을 옹호하는 탄원서를 낼 정도로 그들은 인질들에게 신사적이었습니다. 비극적으로 끝난 이 인질극은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사법 시스템을 고발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1990
[쇠톱으로 자른 새벽의 비극]
박봉선과 신광재는 교도소 내부 공모를 통해 반입한 쇠톱으로 감방 쇠창살을 자르고 탈출했습니다. 교도소 외벽을 넘기 위해 선반을 잘라 사다리를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으나, 결국 도주 막바지에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비극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사건은 교도관 매수와 보안 검색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대청호 인근에서 경찰에 포위되자 자살을 시도하여 생을 마감했습니다. 화려한 탈주극 이면에 숨겨진 교정 행정의 부패와 탈옥수들의 절망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995
[사랑을 위해 죽음을 위장하다]
천재적인 사기꾼 스티븐 제이 러셀은 오직 연인을 만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옥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펠트 펜으로 옷을 염색해 의사로 위장하거나,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에이즈 말기 환자 행세를 하여 합법적으로 석방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판사를 사칭해 자신의 보석금을 낮추는 등 시스템의 맹점을 자유자재로 유린했습니다.
그의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과 탈옥 스토리는 영화 <필립 모리스>의 실제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는 결국 잡혔지만 죽은 척 연기하여 당국을 속였다는 사실은 그의 천재성과 대담함을 증명합니다.
[눈으로 복제한 마법의 열쇠]
영국 파크허스트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교도관의 허리춤에 있는 열쇠를 눈으로 본 것만으로 그 모양을 완벽하게 기억해냈습니다. 기억을 토대로 자투리 금속을 깎아 복제한 열쇠는 교도소의 모든 문을 소리 없이 열었습니다. 물리적 파괴 없이 순수한 관찰력과 기억력으로 최고 보안 등급을 뚫어버린 지능형 범죄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영국 교도소에서는 교도관들이 열쇠를 주머니에 넣거나 덮개로 가리는 등 보안 수칙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단순한 실수가 치명적인 보안 구멍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1997
[907일간의 신출귀몰한 도주]
신창원은 좁은 환기구를 통과하기 위해 15kg을 감량하고, 하루 20분씩 쇠톱으로 창살을 잘라 탈옥했습니다. 무려 2년 6개월 동안 전국을 누비며 경찰의 포위망을 비웃었고, 그의 화려한 도피 행각은 사회적 신드롬까지 일으켰습니다. 단 한 명을 잡기 위해 연인원 97만 명의 경찰이 동원된 사상 최대의 추격전이었습니다.
검거 당시 그가 입었던 알록달록한 티셔츠가 유행 아이템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경찰 수사 시스템의 무능을 드러내어 대대적인 개혁과 전산화를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0
[군사 작전 같은 시스템 장악]
텍사스 세븐이라 불리는 7명의 죄수들은 감독관을 제압하고 그들의 옷과 신분을 훔쳐 교도소 시스템을 완벽히 속였습니다. 교도관에게 전화를 걸어 거짓 정보를 흘리고 트럭을 탈취해 정문을 당당하게 통과했습니다. 내부 공모와 치밀한 역할 분담이 결합된, 마치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탈옥이었습니다.
이들은 탈옥 후 경찰관을 살해하며 전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TV 프로그램 제보로 결국 체포되었지만, 내부 통제의 허술함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2001
[헬리콥터 탈옥의 제왕]
파스칼 파예는 납치한 헬리콥터를 이용해 교도소 지붕에서 픽업되는 방식으로 탈출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년 뒤 다시 헬기를 타고 돌아와 수감 중이던 동료들을 구출해냈다는 점입니다. 보안 당국을 대놓고 조롱한 이 공중 강습은 헬리콥터 탈옥을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총 세 번이나 헬리콥터 탈옥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프랑스 교도소들은 운동장 상공에 헬기 착륙 방지용 케이블을 설치해야만 했습니다.
2006
[그리스의 로빈 후드]
바실리스 팔라이오코스타스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코리달로스 교도소를 탈출했습니다. 놀랍게도 재수감된 후 3년 뒤, 똑같은 교도소에서 똑같은 헬리콥터 수법으로 다시 한번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두 번째 탈출 때는 교도소 마당에 헬기가 착륙해 그를 태우고 사라지는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는 탈옥 후 부유층의 돈을 털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어 '그리스의 로빈 후드'라 불립니다. 동일한 수법에 두 번이나 당한 교정 당국은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우편으로 부친 남자]
리처드 맥네어는 우편물 팔레트 속에 숨 쉴 공간과 빨대를 마련하고 스스로 짐이 되어 교도소 밖으로 배송되었습니다. 창고에서 나온 직후 경찰과 마주쳤으나, 태연하게 조깅하는 사람인 척 연기하여 경찰을 감쪽같이 속여 넘겼습니다. 이 장면은 경찰차 블랙박스에 그대로 찍혀 전설적인 영상으로 남았습니다.
그는 물류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트로이의 목마'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동료 죄수들의 도움 없이(혹은 묵인 하에) 단독으로 실행한, 지능과 대담함이 완벽하게 결합된 탈옥이었습니다.
2012
[배식구를 통과한 요가 마스터]
50세의 최갑복은 온몸에 연고를 바르고 요가로 단련된 유연성을 이용해 좁은 배식구를 통과했습니다. 가로 45cm, 세로 15cm에 불과한 구멍을 머리부터 집어넣고 문어처럼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4초였습니다. 물리적 상식을 파괴한 이 사건은 인간 신체의 극한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탈출 전 모포로 자는 척 위장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경찰청은 유치장 배식구 높이를 사람이 통과할 수 없는 11cm로 낮추는 등 규격을 변경했습니다.
[치실로 짠 17층의 밧줄]
시카고 도심의 초고층 감옥에 갇힌 은행 강도(조지프 호세 뱅크스와 공범 케네스 콘리)들은 교도소 매점에서 구한 치실을 꼬아 밧줄을 만들었습니다. 약해 보이는 치실도 엮으면 강철처럼 단단해진다는 점을 이용해 17층 높이에서 레펠 하강을 감행했습니다. 최첨단 빌딩형 감옥도 인간의 끈질긴 수작업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들은 침대보와 치실을 연결해 200피트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아주 사소한 생활용품이 치명적인 탈옥 도구로 변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2015
[햄버거 고기 속의 쇠톱]
두 살인범은 교도소 여직원을 유혹해 햄버거 고기 속에 숨긴 쇠톱과 드릴을 반입했습니다. 이 도구로 벽을 뚫고 배관 파이프를 절단해 '쇼생크 탈출'을 재현하듯 탈출했습니다. 파이프에 남긴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조롱 쪽지는 보안 당국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무리 두꺼운 벽이라도 내부 조력자가 있다면 뚫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조이스 미첼의 조력은 인간관계와 심리적 조종이 물리적 보안의 가장 큰 위협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지하 1.5km의 레일 오토바이]
마약왕 엘 차포는 샤워실 바닥에서부터 교도소 밖까지 연결된 1.5km 길이의 지하 터널을 통해 사라졌습니다. 터널 내부에는 환기 시설과 조명, 그리고 신속한 이동을 위한 개조된 레일 오토바이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막대한 자본력과 카르텔의 조직력이 결합된, 탈옥이라기보다 '지하철 개통'에 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 터널 공사는 교도소 설계 도면 입수와 내부 묵인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멕시코 정부에 엄청난 망신을 안긴 그는 결국 미국으로 송환되어 절대 탈출 불가능한 ADX 플로렌스 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2021
[숟가락의 신화와 보안의 맹점]
이스라엘 길보아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숟가락과 주전자 손잡이 등을 이용해 바닥을 파고 탈출했습니다. 굴착한 흙은 변기에 버리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어 산책 시간에 조금씩 흘려버리는 고전적인 수법을 썼습니다. 최첨단 센서가 즐비한 교도소였지만, 바닥 아래에서 벌어진 원초적인 굴착 노동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The Spoon Escape'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습니다. 기술에 대한 맹신이 가져올 수 있는 보안 실패를 경고하는 사례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