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법위반사실 공표명령 사건

헌법재판소 판례, 법률, 공정거래, 기본권 보장, 행정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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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6-01-27- 17: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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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법위반사실 공표명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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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법 위반 사실을 스스로 일간지에 공표'하도록 명령하는 제도의 위헌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개인이나 기업에 수치심을 강요하거나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게 하는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과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국가 권력의 행정적 효율성보다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 보호가 우선임을 천명하며 관련 법 조항의 수정을 이끌어낸 중대한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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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공정거래법의 탄생]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기초가 마련됩니다. 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행정 처분 근거들이 법전에 담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권한 중 하나로 법 위반 사실 공표 조항이 포함되었습니다.

당시 제정된 법률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부당한 공동행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그 중 제27조는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서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강력한 수단으로 인식되었습니다.

2000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정 기업의 법 위반을 적발하고 일간지에 해당 사실을 공표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기업은 행정적 제재를 넘어 대중에게 스스로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 처분은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용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조치였습니다.

청구인인 주식회사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등을 대상으로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시정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단순한 과징금 부과를 넘어 일간지에 '우리가 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게시하라는 강제적 명령이 포함되었습니다.
기업 측은 이러한 명령이 국가에 의한 지나친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하여 법적 대응을 준비했습니다.

[행정소송의 제기]

해당 기업은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의 공표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공표명령이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실상 사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법률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00누14156 사건으로 진행되었으며, 시정명령 중 공표명령 부분의 부당함이 집중 논의되었습니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은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기업의 양심과 인격을 도구화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01

[위헌법률심판 제청]

서울고등법원이 공정거래법 제27조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합니다. 국가가 개인의 내면적 가치에 개입하여 자백을 강요하는 형식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지 묻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단순한 행정소송은 국가의 기본권 제한 한계를 다루는 헌법적 쟁점으로 격상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1헌바43 사건으로 이를 접수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법 위반 사실의 공표'가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와 제12조의 진술거부권에 위배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 전 유죄를 인정하게 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지도 핵심 논의 사항이었습니다.

2002

[헌재의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립니다. 공표명령이 국가에 의한 사죄 강요와 다를 바 없으며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행정 처분의 방식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공표명령이 피의자에게 유죄를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서 '자기부죄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결정문 요지: [헌법재판소 2002. 1. 31. 선고 2001헌바43](https://search.ccourt.go.kr/)
이는 1991년 '사죄광고 강제 사건'의 논리를 확장하여 행정 영역에서도 국가의 강제적 고백을 금지한 사례입니다.

[진술거부권 위반 인정]

헌법재판소는 공표명령이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위반 사실을 스스로 공표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범죄를 자인하는 행위와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입니다.

재판소는 행정절차일지라도 향후 형사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진술거부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 위반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 자체가 법적,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는 '진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기본권 침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무죄추정 원칙의 확인]

법원의 최종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행정청이 법 위반을 단정하여 공표하게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국가가 미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기업에 사회적 낙인을 찍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법권에 의한 최종 판단 전까지는 누구나 무죄로 대우받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이 행정 처분에도 엄격히 적용되어야 함을 확인했습니다.
공정위의 처분만으로 위반 사실이 확정된 것처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헌법적 방어권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 권력이 행정 편의를 위해 사법 절차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법 위반 사실 공표가 소비자 보호라는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수단이 과도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기업의 신용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공표 방식보다 더 완화된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최소 침해의 원칙을 위반한 조항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다른 온건한 수단(관보 게재, 홈페이지 게시 등)이 충분히 있음에도 일간지 공표를 강제했습니다.
이는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성을 넘어선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입니다.
결국 국가 이익과 사익 사이의 균형을 잃은 법 조항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법적 효과의 발생]

위헌 결정 직후 해당 법 조항 중 공표명령 부분은 즉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더 이상 기업에 자발적 공표를 강요하는 처분을 내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이던 관련 소송들에서도 기업들이 잇따라 승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위헌 결정된 조항은 선고된 날부터 그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기존의 공표명령 처분들을 자진 철회하거나 법원 판결에 따라 취소당했습니다.
기업들은 '사과 강요'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행정 규제의 방식은 사실 위주로 재편되었습니다.

2004

[공정거래법의 개정]

위헌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공식적으로 개정됩니다. 기존의 '법 위반 사실 공표' 명령은 삭제되거나 다른 시정 조치로 대체되었습니다. 국가 권력이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며 법률 목적을 달성하도록 체계가 정비되었습니다.

개정된 법안에서는 '위반사실 공표' 대신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의 공표' 등으로 표현이 순화되었습니다.
이는 기업이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는 형식이 아니라, 행정청의 처분 결과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행정법령 전반에서 '강제 공표' 조항들을 재검토하게 만든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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