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월터 (Peter Walter)
피터 월터는 독일계 미국인 분자생물학자이자 생화학자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생화학·생물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단백질 수송과 소포체 스트레스 반응을 개척했고, 2021년 출범한 알토스 랩스(Altos Labs)의 Bay Area Institute of Science에서 Distinguished Investigato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신호인식입자(SRP)를 규정하고 소포체 미접힘 단백질 반응(UPR)의 분자 기전을 밝히는 데 기여했으며, 통합 스트레스 반응(ISR)의 핵심 효소 eIF2B를 표적으로 하는 소분자 ISRIB 연구로 노화·외상·다운증후군 동물모델의 인지 기능을 역전시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표
1954
[피터 월터 출생 그리고 어린 시절]
Peter Walter는 1954년 12월 5일 서독 서베를린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약국(Chemist Shop)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는 어린 월터에게 단순한 생계 수단 이상의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당시의 약국은 완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약사가 직접 화학 물질을 배합하고 제조하는 공간이었다. 월터는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다양한 화합물이 섞이며 색이 변하고, 거품이 일고, 새로운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러한 환경은 그에게 자연스럽게 물질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었다. 그는 12살 무렵부터 스스로 화학 물질을 혼합하며 "불꽃놀이와 같은 파이로테크닉(pyrotechnical) 모험"을 즐겼다고 회고한다. 이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물질의 반응성에 대한 직관을 키우는 과정이었으며, 그가 훗날 생명 현상을 '화학적 반응의 총체'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973
[자유베를린대학교에 입학]
1973년, 그는 베를린 자유베를린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에 입학하여 화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독일의 대학 교육 시스템은 그의 자유분방한 탐구심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교육 과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고, 창의적인 질문보다는 기존 지식의 암기와 정해진 실험 절차의 완벽한 수행을 요구했다. 월터는 이러한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rigid)" 교육 방식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순수 화학의 추상적인 이론보다는, 생명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화학 반응, 즉 생화학(Biochemistry)이 가진 복잡성과 미지의 영역에 더 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1977
[밴더빌트 대학교에서 유기화학 석사 학위 취득]
1977년, 월터는 밴더빌트 대학교에서 유기화학 석사 학위(M.Sc.)를 취득했다.
록펠러 대학교의 저명한 생화학자이자 밴더빌트 대학교의 이사였던 스탠포드 무어(Stanford Moore) 교수가 월터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당시 생명과학의 메카였던 뉴욕의 록펠러 대학교(Rockefeller University) 박사 과정에 지원할 것을 강력히 권유했다.
[록펠러 대학교에 박사 과정 입학]
1977년 록펠러 대학교에 입학한 월터는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1999)을 수상하게 되는 귄터 블로벨(Günter Blobel) 교수의 연구실에 합류했다. 당시 세포생물학계의 최대 화두는 "세포 안에서 합성된 단백질이 어떻게 수많은 막(membrane)으로 둘러싸인 소기관들 사이에서 정확한 목적지를 찾아가는가?"였다. 블로벨 교수는 이에 대해 '신호 가설(Signal Hypothesis)'을 제창하고 있었다. 즉, 단백질의 앞부분에 우편번호와 같은 '신호 서열(Signal Sequence)'이 존재하며, 이것이 단백질의 이동을 지시한다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당시까지 이 가설을 입증할 물리적 실체, 즉 신호 서열을 인식하고 안내하는 기구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1981
[박사학위 취득 및 SRP 발견 및]
월터는 신호인식입자(Signal Recognition Particle, SRP)를 발굴하고 정제했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 "분비 단백질의 소포체 막 통과에 필요한 11S 단백질 복합체의 정제 및 특성 규명(Purific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an 11S protein complex required for the translocation of secretory proteins across the membrane of the endoplasmic reticulum)"은 세포생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월터의 발견이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SRP가 단순한 단백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SRP가 6개의 단백질 소단위체와 하나의 7S RNA 분자로 이루어진 리보핵산단백질(Ribonucleoprotein, RNP) 복합체임을 밝혀냈다. 이는 단백질 합성 기구인 리보솜과 마찬가지로, 세포 내 핵심적인 기구들이 RNA와 단백질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였다. SRP는 리보솜에서 갓 나온 단백질의 신호 서열을 낚아채고, 단백질 합성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뒤, 리보솜 전체를 소포체 막에 있는 SRP 수용체(SRP Receptor)로 끌고 가는 '분자 예인선' 역할을 수행한다. 이 메커니즘의 규명으로 월터는 1981년 박사 학위를 취득하자마자 과학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1983
[UCSF 생화학·생물물리학과 교수 부]
피터 월터는 1983년부터 1991년까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생화학 및 생물물리학과(Department of Biochemistry and Biophysics)의 교수로 임용되었다.
이때부터 2024년까지 독립연구를 시작했다.
1993
[UPR 센서 IRE1 발견]
1993년, 월터 연구팀(주저자 J.S. Cox)은 Cell 지에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그들은 효모 유전학 스크리닝을 통해 소포체 막에 위치한 막관통 단백질인 IRE1을 발견했다. IRE1은 소포체 내부(lumen)의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 도메인과, 세포질 쪽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키나아제(kinase) 및 엔도뉴클레아제(endonuclease) 도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는 소포체의 스트레스 신호를 핵으로 전달하는 핵심 중계소였다.
Transcriptional induction of genes encoding endoplasmic reticulum resident proteins requires a transmembrane protein kinase (1993) J S Cox , C E Shamu, P Walter Cell Jun 18;73(6):1197-206. doi: 10.1016/0092-8674(93)90648-a.
1996
[HAC1 mRNA의 비전통적 스플라이]
1996년 월터 연구팀은 UPR 전사 인자인 HAC1의 mRNA가 핵이 아닌 세포질에서, 스플라이소좀 없이 스플라이싱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진핵세포에서 mRNA의 인트론(intron) 제거(스플라이싱)는 핵 내에서 스플라이소좀(spliceosome)이라는 거대 복합체에 의해 일어난다.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IRE1이 활성화되어 2량체 또는 다량체를 형성한다. 활성화된 IRE1의 엔도뉴클레아제 도메인은 세포질에 있는 HAC1 mRNA의 특정 위치를 정밀하게 잘라낸다. 이렇게 스플라이싱된 HAC1 mRNA만이 활성형 HAC1 단백질로 번역되어 핵으로 이동하고, UPR 표적 유전자들의 전사를 유도한다.
A novel mechanism for regulating activity of a transcription factor that controls the unfolded protein response (1996) J S Cox, P Walter Cell Nov 1;87(3):391-404.
doi: 10.1016/s0092-8674(00)81360-4.1997
2001
2004
2009
2012
[파울 에를리히 & 루트비히 다름슈테터 상 수상]
파울 에를리히 & 루트비히 다름슈테터 상 (Paul Ehrlich and Ludwig Darmstaedter Prize)
2013
[ISRIB 발견]
2013년, 월터 박사의 연구실은 고속 대량 스크리닝(High-throughput screening)을 통해 eIF2α의 인산화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합성을 회복시키는 작은 화합물을 찾아냈다. 그들은 이를 ISRIB라고 명명했다. 이 발견은 월터 박사가 강조해 온 "세렌디피티"의 전형이었다. 당초 그들은 단순히 UPR 경로를 조절하는 물질을 찾고 있었으나, ISRIB는 예상치 못하게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ISRIB를 투여받은 쥐들은 미로 찾기 테스트에서 일반 쥐보다 월등히 뛰어난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보였다.
Pharmacological brake-release of mRNA translation enhances cognitive memory (2013) Carmela Sidrauski Diego Acosta-AlvearArkady KhoutorskyPunitha VedanthamBrian R HearnHan LiKarine GamacheCiara M GallagherKenny K-H AngChris WilsonVoytek OkreglakAvi AshkenaziByron HannKarim NaderMichelle R ArkinAdam R RensloNahum SonenbergPeter Walter elife https://doi.org/10.7554/eLife.00498
2014
[래스커상 수상]
Albert Lasker Basic Medical Research Award는 교토대 카즈토시 모리 교수와 공동 수상했다. UPR의 핵심 기전 규명 공로로 수상했으며 래스커상은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수상자의 상당수가 이후 노벨상을 수상한다.
[쇼상 수상]
Shaw Prize in Life Science and Medicine는 생명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상으로, UPR 연구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수상하였다.
2015
[빌첵 상 수상]
Vilcek Prize in Biomedical Science는 미국 내 이민자 출신 과학자들의 공로를 기리는 상을 수상하였다.
[ISRIB 기전 규명]
[ ISRIB 기전 규명]
2015년, 월터 연구팀은 ISRIB의 표적이 eIF2B임을 명확히 했다. 생화학적 실험을 통해 ISRIB가 eIF2B 복합체(complex)를 이량체화(dimerization)시켜 안정화함으로써 효소 활성을 높인다는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밝혔다. 즉, ISRIB가 '분자 접착제(molecular staple)'처럼 작용하여 eIF2B를 활성화된 형태로 묶어준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The small molecule ISRIB reverses the effects of eIF2α phosphorylation on translation and stress granule assembly (2015) Carmela Sidrauski Anna M McGeachyNicholas T IngoliaPeter Walter eLife https://doi.org/10.7554/eLife.05033
2016
2018
[브레이크스루 상 수상]
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s는 상금 300만 달러의 세계 최대 규모 과학상으로 UPR 및 ISRIB을 발견한 공로로 수상하였다.
[cryo–EM을 이용한 구조 규명]
2018년 3월 피터 월터 박사의 Science 지에 발표된 연구는 ISRIB 개발의 정점을 찍었다. 연구팀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이용하여 ISRIB가 결합된 인간 eIF2B 복합체의 원자 단위 구조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Structure of the nucleotide exchange factor eIF2B reveals mechanism of memory-enhancing molecule (2018) Jordan C. Tsai, Lakshmi E. Miller-Vedam, Aditya A. Anand, Priyadarshini Jaishankar, Henry C. Nguyen, Adam R. Renslo, Adam Frost, and Peter Walter Science 356(6383) DOI: 10.1126/science.aaq09
2021
[알토스 랩스 초대 소장]
2021년 알토스 랩스 Bay Area Institute of Science 초대 소장(Founding Institute Director)으로 취임하여 2023년까지 역임하였다.
2021년 설립된 생명공학 기업 알토스 랩(Altos Labs)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알토스 랩은 제프 베이조스 등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유치하며 "세포 회춘(Cellular Rejuvenation)"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이다.
2022
[UCSF 은퇴]
2022년, 피터 월터 박사는 UCSF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에서의 공식적인 연구 생활을 마무리하고 명예교수(Emeritus)가 되었다.
2023
[알토스 랩스 Distinguished Investigator]
2023년부터 알토스 랩스 Distinguished Investigator로 복무하고 있다.
그는 알토스 랩에서의 비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Disease-centered)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Health-centered)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 어떻게 생명체가 매 세대마다 0에서 다시 시작하여 젊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그 근본적인 리셋 버튼을 찾고자 한다."
2024
2025
[한국 초청 장연]
2025년 8월 27일 한국뇌신경과학회(KSBNS)초청으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Targeting the cell’s stress pathways to reverse disease and aging”란 주제로 강연하였다.
중앙일보 참고자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6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