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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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
고전 소설, 판소리계 소설, 한국 문학 + 카테고리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심청전》은 신라시대의 거타지 설화와 효녀 지은 설화를 모태로 하여 조선 시대를 거치며 완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입니다. 가난한 맹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거친 인당수에 자신의 몸을 던진 심청의 극단적인 희생과, 연꽃으로 환생하여 황후가 된 뒤 아버지를 다시 만나 기적적으로 눈을 뜨게 만드는 극적인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극한의 고난 속에서도 지극한 '효(孝)'를 실천하면 하늘이 감동하여 행복한 보상을 내린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순환적 세계관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낸 문학적 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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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표

897

[효녀 지은과 거타지 설화]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두 설화가 세상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훗날 아버지를 위해 헌신하는 효녀 이야기의 단단한 근간이 되었다. 눈먼 아버지를 봉양하는 효행과 바다의 제물이 되는 인신공양 모티프가 융합할 수 있는 사상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진성여왕 때의 명궁 거타지 설화와 경주 지역에 전해오던 효녀 지은(연권녀) 설화가 합쳐져 심청전의 원형이 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897년 무렵의 신라 시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권선징악과 지극한 효행이라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1085

[심청의 탄생과 어머니의 죽음]

황주 도화동에서 맹인 아버지와 어진 어머니 사이에서 귀한 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출산 직후 어머니가 깊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평화롭던 가족에게 커다란 불행이 닥쳤다. 눈먼 아버지는 홀로 어린 핏덩이를 키워야 하는 가혹하고 슬픈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원전 판본에 따르면 송나라 원풍 말년(또는 황해도 황주목) 도화촌에 살던 양반 후예 심학규와 곽씨 부인 사이에서 심청이 태어났습니다. 일부 판본에서는 본래 천상계의 선녀였던 심청과 어머니가 지상으로 귀양을 와서 험난한 인간의 운명으로 태어났다는 비현실적인 기원 서사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1086

[맹인 아버지의 젖동냥과 양육]

홀로 남겨진 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오직 딸을 살리기 위해 동네를 돌며 젖동냥을 다녔다.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과 헌신적인 희생 덕분에 딸은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다. 철이 든 이후에는 딸이 직접 동냥과 품팔이를 하며 아버지를 지성으로 봉양했다.
곽씨 부인이 일찍 죽자 심봉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에서도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젖동냥을 해가며 딸 심청을 애지중지 키워냈습니다. 심청 역시 아버지의 희생적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온갖 품팔이를 하며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효심을 뽐냈습니다.

1099

[개천에 빠진 아비와 구출]

밤늦게 귀가하지 않는 딸을 걱정하여 험한 길로 마중을 나갔던 아버지가 발을 헛디뎌 깊은 개천에 빠지고 말았다. 생명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사찰의 승려가 그를 무사히 건져내었다. 이 우연하고도 아찔한 만남은 부녀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 치명적인 계기가 되었다.
늦은 밤까지 돌아오지 않는 심청을 애타게 찾기 위해 심학규가 지팡이에 의지해 집 밖을 나섰다가 실수로 개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절박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몽운사의 화주승이 그를 발견하여 구출해주게 되면서 모든 비극의 발단이 되는 공양미 이야기가 등장하게 됩니다.

[공양미 삼백 석의 헛된 약속]

자신을 구해준 승려로부터 부처에게 지성으로 시주하면 두 눈을 뜰 수 있다는 믿기 힘든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앞을 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갚을 길도 없는 엄청난 양의 쌀을 바치겠다고 덜컥 맹세해 버렸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자신의 경솔한 약속을 뼈저리게 자책하며 깊은 시름에 빠졌다.
몽운사의 화주승은 심학규에게 부처님께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눈을 번쩍 뜰 수 있다는 말을 전하며 그의 희망을 자극합니다. 심봉사는 순간의 강렬한 유혹에 넘어가 약속을 수락하지만, 이내 가난한 처지에 이를 마련할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심한 자책감과 절망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인신공양 제물을 찾는 상인들]

거친 바다를 오가며 무역을 하던 상인들이 항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바다의 신에게 바칠 제물을 찾아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평생 먹고살 엄청난 재물을 대가로 내걸고 거친 바다에 몸을 던질 젊은 처녀를 은밀히 구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약속 때문에 고민하던 딸은 이 끔찍한 소문을 듣고 무거운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중국 남경과 조선을 오가며 장사하던 상인들은 물살이 세고 조난 사고가 잦은 인당수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용왕을 달랠 인신공양 제물을 다급히 찾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제물이 되어줄 처녀의 가족에게 평생 먹고살 막대한 재물과 쌀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마을을 수소문했습니다.

[아버지를 위한 숭고한 결단]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유일한 방법이 상인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파는 것임을 깨닫고 과감히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상인들과 거래를 성사시켜 공양미를 절에 바치고 자신의 몸을 바다의 제물로 내어주기로 단단히 약속했다. 다가올 비극적인 죽음의 운명을 철저히 숨긴 채 아버지 앞에서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었다.
심청은 남경 상인들에게 쌀 300석을 받아 몽운사에 바치고 자신은 험한 인당수의 제물이 되기로 눈물겨운 결심을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나 소중한 목숨보다 아버지의 안녕을 최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당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최고의 도덕적 가치인 '효(孝)'를 극단적이고도 숭고하게 실천합니다.

[심학규의 흉몽과 오열]

아버지는 간밤에 딸이 높은 수레를 타고 멀리 떠나는 꿈을 꾸고는 황후가 될 좋은 징조라며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이웃을 통해 딸이 바다의 제물로 팔려 간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빠졌다. 딸의 숭고한 희생을 돌이킬 수 없었던 아버지는 땅을 치며 피눈물을 흘렸다.
심학규는 꿈의 의미를 완전히 거꾸로 해석하여 딸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헛된 기쁨을 표현하지만, 심청은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면서도 아버지를 안심시켰습니다. 이후 이웃인 귀덕어멈으로부터 자초지종과 진실을 모두 전해 듣게 된 심봉사와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큰 슬픔에 잠겨 오열했습니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

상인들의 배에 올라탄 딸은 거센 파도가 매섭게 소용돌이치는 험난한 바다 한가운데에 비장하게 당도했다. 홀로 남겨질 아버지를 향한 마지막 간절한 기도를 올린 뒤, 뱃전에서 거침없이 칠흑 같은 바닷물 속으로 투신했다. 이 비극적이고 숭고한 희생은 하늘과 바다의 신령들마저 깊이 감동시키는 거대한 계기가 되었다.
심청은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위치하여 한반도에서 물살이 거세기로 가장 악명 높은 인당수로 향하게 됩니다. 바다로 가는 험난한 도중 오자서 등 죽은 옛 중국 현인들의 영혼을 만나기도 하며, 마침내 도착한 험한 인당수에서 상인들과 용왕을 달래기 위해 치마폭을 뒤집어쓰고 스스로 깊은 물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용궁에서의 극적인 재생]

깊고 어두운 바다로 가라앉은 딸은 목숨을 잃지 않고 오히려 용왕의 극진한 환대와 보호를 받으며 신비로운 수궁으로 인도되었다. 하늘의 자비로운 명을 받은 용왕은 그녀를 융숭하게 대접하며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정성껏 보살폈다. 그곳에서 평생 꿈에 그리던 죽은 어머니와 기적적으로 재회하여 눈물겹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심청의 지극하고 숭고한 효심에 감복한 옥황상제는 용왕에게 은밀히 명하여 깊은 바다로 떨어진 심청을 안전하게 살리도록 지시합니다. 신비한 용궁에 무사히 도착한 심청은 호의호식을 누리며 죽었던 곽씨 부인과 다시 만나 애틋한 가족의 정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는 재생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연꽃을 통한 신비로운 귀환]

수궁에서의 짧지만 달콤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용왕이 특별히 마련해준 거대한 꽃봉오리에 올라타 다시 인간 세상의 수면 위로 신비롭게 떠올랐다. 거센 파도를 뚫고 힘겹게 항해를 이어가던 뱃사람들이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상서로운 꽃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건져 올렸다. 이 희귀한 꽃은 이내 나라의 가장 높은 분에게 진상되었다.
심청은 용왕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거대한 연꽃배를 타고 백령도 남쪽 연봉바위 근처 해역으로 다시금 떠오르게 됩니다. 마침 짐을 싣고 이곳을 무사히 지나가던 뱃사람들이 바다 위에 핀 상서롭고 거대한 연꽃을 발견하여 건져 올렸고, 이를 범상치 않게 여겨 곧장 나라의 국왕에게 바치기로 결심합니다.

[연꽃에서 깨어난 새 황후]

황제에게 고스란히 진상된 거대한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나며, 그 안에서 제물로 바쳐져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그녀의 놀라운 미모와 기이한 사연, 그리고 하늘을 감동시킨 숭고한 효심에 크게 감복한 황제는 그녀를 정식 아내로 맞이했다. 평범한 시골 처녀에서 하루아침에 나라의 국모로 등극하는 거대한 기적이 일어났다.
임금님께 바쳐진 아름다운 연꽃에서 당당히 걸어 나온 심청은 황제(조선 배경의 판본에서는 국왕)와 성대한 혼인을 올려 나라의 최고 여성인 황후가 됩니다. 이는 철저한 비현실계인 용궁에서 다시 현실계로 돌아와 가난과 죽음이라는 불행을 극복하고 가장 고귀한 신분을 얻게 되는 전통적인 재생 설화의 완벽한 절정을 보여줍니다.

1100

[탐욕스러운 뺑덕 어미의 배신]

딸을 잃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수절을 포기하고 탐욕스럽고 세속적인 여인을 새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 여인은 오직 재산만을 노리고 접근하여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가, 궁궐로 향하는 먼 길에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재물을 모두 훔쳐 야반도주했다. 철저히 배신당한 아버지는 또다시 비렁뱅이 신세로 전락해 온갖 쓰디쓴 고생을 겪어야 했다.
심봉사는 과부의 재가를 엄격히 금하는 조선 시대의 규범을 조롱하듯 무시하고 외모가 흉측하고 욕심 많은 뺑덕 어미를 첩으로 덜컥 들입니다. 그러나 뺑덕 어미는 황도 맹인 잔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심봉사의 여비를 모두 챙겨 다른 시각장애인인 황 봉사와 함께 도망쳐버리며, 당시 체신을 지키지 못하는 양반의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전국 맹인 잔치의 개최]

나라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딸은 단 하루도 잊은 적 없는 불쌍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전국적인 규모의 큰 연회를 한 달여 간 베풀었다. 나라 안의 모든 앞 못 보는 이들을 황성으로 초대하여 아버지가 그 무리 틈에 찾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뺑덕 어미에게 속아 온갖 고초를 겪으며 굶주리던 아버지도 마침내 이 성대한 잔치에 도착하게 되었다.
황후가 된 심청은 고향을 떠나 떠도는 아버지를 어떻게든 찾기 위한 방편으로 나라 안의 모든 맹인들을 황성으로 빠짐없이 초대하는 대규모 맹인 잔치를 성대하게 엽니다. 심학규는 길에서 방아 찧는 여인을 만나 음담패설을 나누는 등 갖은 고생과 풍파를 겪은 끝에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황성의 잔치판에 당도하게 됩니다.

[부녀 상봉과 기적적인 개안]

연회장 구석에 나타난 초라한 행색의 맹인을 단번에 알아본 황후는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뛰어나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죽은 줄 알았던 귀한 딸이 살아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벅찬 기쁨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번쩍 두 눈을 뜨게 되었다. 이 눈물겹고 감동적인 순간에 연회장에 있던 모든 맹인들이 기적처럼 동시에 눈을 뜨는 놀라운 마법이 일어났다.
심학규는 잔치에서 딸 심청을 극적으로 만나자 믿을 수 없는 반가움과 벅찬 감동으로 인해 오랫동안 감겨 있던 두 눈을 번쩍 뜨게 됩니다. 완판본 계열의 판본에서는 주인공 심봉사뿐만 아니라 잔치에 참석했던 전국의 모든 불쌍한 맹인들이 한꺼번에 눈을 뜨는 극단적이고도 통쾌한 해피엔딩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부원군 등극과 새로운 인연]

두 눈을 되찾고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아버지는 황후의 아비로서 가장 높은 벼슬을 하사받고 떵떵거리는 권세가로 거듭났다. 상경하는 길에 만나 따뜻한 도움을 받았던 현숙하고 선량한 맹인 여인을 정식 새 부인으로 맞이하여 풍요로운 새 가정을 꾸렸다. 이후 온 가족이 화목하게 모여 팔도를 유람하며 남은 여생을 평화롭고 완벽하게 행복하게 보냈다.
딸의 엄청난 신분 상승 덕분에 부원군이라는 높은 지위를 얻게 된 심학규는 과거 자신에게 앞날을 예언해 주었던 지혜롭고 현숙한 맹인 여인(또는 판본에 따라 이웃 귀덕어멈)과 재혼하여 여러 자식들을 낳게 됩니다. 모든 고난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그는 옛 친구들과 함께 팔도를 유람하며 완벽하게 보상받은 행복을 맘껏 누리며 살아갑니다.

1400

[한성부 맹인 심씨 이야기 융합]

기존 이야기의 뼈대에 조선 전기 수도 한양에 거주하던 어느 눈먼 사람의 이야기가 결합하며 새로운 소설적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배층에 대한 일반 민중들의 비판적 의식이 이야기 곳곳에 은밀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무능하고 위선적인 양반 계급을 향한 뼈 있는 조롱과 희화화가 이야기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단순한 효녀 설화가 고전소설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조선 전기 한성부에 거주하던 맹인 심씨의 구전 전승이 새롭게 뼈대에 삽입된 것으로 문학계는 추정합니다. 이 맹인 전승을 통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도 권위적으로 행세하는 양반들의 지독한 무능함과 모순적인 태도가 날카롭게 풍자되었습니다.

1700

[한남본 계열 판본의 완성]

백성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비로소 간결하고 소박한 산문체의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소설은 내용이 아주 단순하고 차분한 구성을 띠고 있었으며 배경 또한 중국 명나라로 설정되어 있었다. 잔가지 인물들이 대거 생략된 채 오로지 부녀의 비극적인 이별과 재회에만 온전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많은 판각본 중 가장 초기 형태에 속하는 '한남본 계열'이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문체는 담백한 산문체이며, 배경은 명나라 남군으로 묘사되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심학규가 아닌 심현과 정씨 부인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초기 판본에는 뺑덕 어미나 장 승상 부인과 같은 부차적인 오락적 인물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1750

[송동본 계열 및 판소리화]

글로 된 소설이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한 율문체로 변화하면서 감정을 훨씬 더 풍부하게 전달하는 예술로 한 단계 발전했다. 시대적 배경이 중국 송나라로 전격 변경되고, 탐욕스러운 새엄마 등 다채로운 성격의 인물들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오락적 요소가 대거 덧붙여지며 서사가 훨씬 풍성하고 극적으로 변모했다.
리듬감 있는 율문체로 작성된 '송동본 계열'은 이야기의 배경을 송나라 도화동으로 삼았으며 주인공의 이름도 비로소 심학규와 곽씨로 정착되었습니다. 한남본에는 없었던 곽씨 부인의 출산 기원 서사, 뺑덕 어미의 감초 같은 등장, 안씨 맹인 이야기 등 다양한 서사적 살이 무성하게 붙으면서 훗날 판소리계 소설로 뻗어나가는 탄탄한 교두보가 되었습니다.

1800

[완판본 계열의 극적 확장]

기존의 전해 내려오던 판본에 여러 민요와 고사성어, 구슬픈 한시 등이 대거 삽입되면서 마침내 가장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판본이 탄생했다. 죽은 영혼들을 만나는 환상적인 항해 경로와 민중들의 짙은 애환이 담긴 타령들이 더해져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했다. 모든 맹인들이 단체로 눈을 뜬다는 극적인 카타르시스가 추가되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서사가 완벽히 정립되었다.
송동본을 기반으로 한 전주 지방의 '완판본 계열'은 목동가, 방아타령 등 다수의 흥겨운 삽입 가요와 잔사설을 풍부하게 추가하였습니다. 주인공이 인당수로 향하며 옛 현인의 원혼을 만나는 장면과 마지막에 전국의 모든 맹인이 기적처럼 눈을 뜬다는 극단적이고 통쾌한 해피엔딩을 덧붙임으로써 대중들의 폭발적인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1912

[이해조의 신소설 강상련 간행]

새로운 개화기를 맞이하여 전통적인 고전 소설이 현대적인 감각의 신소설 형태로 대폭 수정되어 세상에 빛을 보았다. 기존 완판본의 낡은 문장을 세련되게 다듬고, 불필요한 서사를 과감하게 빼어 누구나 읽기 편한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작품은 훗날 교과서에까지 실릴 정도로 대중적인 심청전 이야기의 명실상부한 표준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근대 소설가 이해조는 완판본 심청전의 문장을 현대적인 어법으로 다듬고 서사를 깔끔하게 재구성하여 활자본 신소설인 《강상련(江上蓮)》을 정식으로 출판하였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중학교 교과서 등에 널리 실려 있는 심청전의 일부분은 바로 이 이해조가 당시 시대상에 맞게 고쳐 쓴 활자본 텍스트를 확고한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1913

[신문관 활자본 심청전 간행]

앞선 작품의 성공에 이어 또 다른 대형 출판사에서도 옛 문헌 기록들을 새롭게 융합하여 또 다른 소설을 활자본으로 출판했다. 초기 산문체의 간결한 맛을 살리면서도 대중들이 열광하는 코믹한 악역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섞어 넣어 오락성을 잡았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상업 출판의 시대에 접어들며 심청전의 서사가 전국 단위로 널리 보급되고 소비되었다.
신문관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판한 《심청전》 활자본은 기존 한남본의 간결한 산문체 문장을 부분적으로 세련되게 손질하면서도, 송동본에 등장하여 인기를 끌던 뺑덕 어미 이야기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재미 요소를 덧붙여 출판한 복합 융합형 판본입니다. 이후 수많은 민간 출판사에서 이를 모방하여 상업용 간행물을 앞다투어 쏟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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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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