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연표
1991
[민자당, 공천 놓고 격렬한 내분]
총선 공천을 두고 김영삼을 중심으로 한 민주계와 노태우, 김종필을 중심으로 한 민정·공화계 간의 치열한 갈등이 터져 나왔다.김영삼은 '탈당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태도로 대선 후보 조기 확정을 요구하며 당내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1992년 1월 9일, 노태우 대통령과 3명의 최고위원 회담을 통해 갈등이 봉합되었다. 노태우는 김영삼의 당내 지분 확보와 위상 강화, 의원내각제 포기 등을 수용하며 김영삼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였다. 언론은 의원내각제 포기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정·공화계의 총리 선출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민주계의 의도로 분석했다.
1992
[정주영, 노태우 정치자금 폭로 파문]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과거부터 노태우 대통령에게 매년 수십억 원의 정치 헌금을 제공했으며, 총 300억 원에 육박한다고 폭로해 정국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이 폭로는 '재벌 신당'이라는 통일국민당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대중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평가되었다.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노태우 대통령이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숨기고 처벌하겠다고 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 민주당은 의회 차원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고, 동아일보는 '정치자금의 진상 밝혀라' 사설을 통해 정 회장의 자금 전달 방식 공개와 신속한 규명을 요구했다.
[자치단체장 선거 연기, 야권 위헌 논란]
노태우 대통령이 상반기 예정된 자치단체장 선거를 1~2년 연기한다고 발표하자, 야당은 이를 위헌이자 관권 개입으로 규정하며 규탄대회를 추진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였습니다.
[여야 공천 잡음, 선거판 혼탁 가속]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극 대응으로 야당 지지세가 상승한 가운데, 여야 모두 공천을 둘러싼 심각한 내홍과 부적절한 논란에 휩싸였다.민주당은 '노조 간부 해고 주도' 등 부적격 인사 공천으로, 민자당은 '측근 낙하산' '정치헌금' 공천으로 비판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의 '극우·부패분자 배제' 사설로 개혁 의지 부재를 꼬집었고, 민주당 내 계파 갈등으로 현역 의원 대부분이 재공천받았다. 민자당은 공직자 사전선거운동, 5공 인사의 낙하산 공천, 학력고사 문제 유출 사건, 안기부의 경선 개입 의혹까지 터지며 '졸작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는 '향우회·동창회에 금일봉 내미는 졸부들이 후보가 되어서야 되겠는가'라며 민자당의 '정치헌금'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자당, 국영 업체장 회유 논란]
노태우 정부가 민주자유당 총선 낙선 후보들에게 국영 업체장 자리를 제안하며 불출마를 회유했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이와 함께 정부 산하 민간단체 주도, 공무원들의 노골적 여당 선거운동 등 '관권 선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동아일보는 '국영 업체장 자리 주겠다. 민자 낙선자 회유 물의'라는 1면 기사로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 개입을 비판했다. 부산, 전북 등지에서는 구청 직원들이 민자당 선거 상황실을 운영하거나 행정 전화를 설치해주기도 했고, 군수까지 나서 여당 지지를 독려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대규모 지역 개발 계획 발표도 민자당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언론들은 '관권 행정선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안기부, 무소속 후보 사퇴 압력 및 의원 피습]
국가안전기획부가 민주자유당의 승리를 위해 친여 무소속 후보들에게 '신상에 좋지 않을 일' '세무조사' 등 조직적이고 대대적인 사퇴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폭로됐다.이에 더해 민주당 경선 탈락 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던 이철용 의원이 피습당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해 정치 보복 의혹이 커졌다.
노차태, 오한구 등 전·현직 의원들이 안기부의 협박과 감시를 폭로했다. 2월 21일 총선일이 3월 24일로 결정되고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같은 날, 윤관 선관위원장은 총리에게 공명선거 협조 공문을 보내 관권 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2월 25일에는 무주군 공무원들의 노골적인 여당 선거 운동 문건이 한겨레에 의해 폭로되었고, 26일에는 민자당 지구당 위원장이 3,900만원 현금 살포 혐의로 체포되는 등 선거 막판까지 혼탁 양상이 계속되었다.
[군부대 부정선거 폭로, 혼탁 가속]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이지문 중위가 군부대 내 사병들에게 민주자유당 후보에게 '무조건 기표하라'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자행되고 있음을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군 내부에서는 재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국가안전기획부가 야당을 겨냥한 흑색선전 유인물을 살포하고, 민주자유당 유세에 돈으로 청중을 동원하는 등 선거 기간 내내 금권·관권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아 유권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실시]
노태우 정부 마지막이자 차기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던 대한민국 제14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었다.6월 항쟁 이후 민주화 열망 속 치러졌지만, 정부의 노골적인 관권·금권 선거 개입과 안기부 압력, 군 부대 부정선거 등 역대급 혼탁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총 299석(지역구 237석, 전국구 62석)을 선출했으며, 투표율은 71.9%로 지난 13대 총선보다 낮았다. 선거 결과, 여당 민주자유당은 149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의석 수가 크게 줄었다. 야당 민주당은 97석을 확보하며 약진했고,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31석을 얻어 제3당으로 급부상하며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선거는 이후 대한민국 정치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