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주 의사, 폭탄 2개 불발되자 한 일

1926년 12월 28일 오후 2시.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이 불던 경성(서울) 명동 거리.
두툼한 외투를 입은 중국인 남자 마중덕이 인파 속에 섞여 있었어.
품속에는 탄환 8발이 있는 권총 한 자루.
그리고 폭탄 2개가 숨겨져 있었지.
그의 정체는 의열단원 나석주.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우리 땅을 뺏어가는 꼴을 더는 못 보겠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잠입한 거야.
#1. 사실은 금수저 엘리트였다
일단 나석주 의사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는 황해도 재령의 부농 집안 외아들로 태어났어.
금수저였지.
근데 일제가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앞세워 땅을 다 뺏어가니까 아버지 설득해서 소작인들 빚 다 탕감해주고 전 재산 털어서 독립운동을 하기로 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자체야!)
#2. 운명의 1926년 12월 28일
중국인 마중덕으로 위장해 국내로 잠입한 나석주 의사.
그의 목표는 조선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였어.
근데 이날 하늘도 무심하게 장비가 말을 안 들어.
오후 2시에 조선식산은행(지금 롯데백화점 명동점 자리)로 가.
일본인들이 흥청망청 돈놀이하는 대부계 창구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회심의 폭탄을 던졌어.
"쾅!" 소리를 기대했는데 폭탄은 터지지 않았어.
불발이었던 거지.
은행 안이 웅성거리는 사이 나석주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와.
"아직 하나 남았다."
그리고 향한 곳은 동양척식주식회사.
입구를 지키던 일본인 수위가 막아서자 망설임 없이 권총을 뽑아 사살해 버려.
"탕!"
그대로 2층 토지개량부 사무실로 난입해서 일본인 간부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사무실.
나석주는 마지막 남은 폭탄의 안전핀을 뽑고 힘껏 던졌어.
"제발 이번만은...!"
하지만 이번에도 믿었던 폭탄은 끝내 터지지 않았어.
기계 결함인지 뇌관 문제인지ㅠㅠ
이때의 심정이 어땠을까?
진짜 하늘이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석주 의사는 멈추지 않았어.
#3. 명동 한복판의 총격전
권총을 꺼내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어.
이미 밖에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일본 경찰 수십 명이 몰려오고 있었지.
나석주는 쫓아오는 경찰들을 정확하게 사격했어.
침착하게 엄폐하고 쏘고 다시 이동하고 쏘고.
명동과 을지로 일대가 순식간에 시가전 현장으로 변했어.
하지만 총알은 겨우 8발.
경찰 포위망은 점점 좁혀오고 탄환은 바닥이 나고 있었지.
결국 그는 을지로의 한 전신주에 등을 기대고 섰어.
수많은 일본 경찰이 총을 겨누고 다가오는 순간 그는 목청껏 외쳤어.
"나는 의열단원이다! 2천만 민중은 조국을 위하여 투쟁하라!"
그리고 마지막 남은 총알로 적을 쏘는 대신 자신의 가슴을 겨눴어.
한 발도 아니고 무려 세 발이나 자신의 가슴에 쏘며 자결하셨지.
이때 나이가 겨우 35세였어.
피투성이가 된 채 실려 간 병원(지금 서울대병원).
일본 경찰이 죽어가는 그를 흔들며 이름을 물었어.
그때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명인 마중덕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이름을 뱉어.
"나는 나석주다."
그게 마지막이었어.
폭탄 두 개가 다 불발된 그 억울하고 원통한 상황에서도 권총 하나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의사.
명동 지날 때 화려한 백화점 불빛 아래서 이 치열했던 총격전을 한 번 기억해 주라.
나석주 의사의 치열했던 삶 전체가 궁금하다면?👇
[나석주 의사 연혁 전체보기]
참고로 나석주 의사는 상하이 시절 김구 선생님 전담 경호원(보디가드) 출신이야.
백발백중 사격 실력이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김구 선생님 연혁과 비교해서 봐도 유익할 거야.
[나석주 의사 vs 백범 김구 비교 연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