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왕자는 신라를 삼키기로 했다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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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역사적 팩트를 웹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삼국사기, 삼국유사에 기록된 정사 기반)
📢 등장 인물: 김유신과 백석
이틀 뒤, 서라벌 화랑 훈련장.
대낮의 훈련장은 수련하는 낭도들로 북적였다.
유신과 백석이 말을 타고 들어오자 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던 화랑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중에는 유신을 멸시하던 석품도 있었다.
“뭐야? 첩자 명단 가지러 간다더니 벌써 왔어?”
웅성거림을 뒤로하고 유신은 말에서 내려 훈련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백석이 다급하게 따라붙었다.
“대형, 지도는요? 창고는 저쪽이지 않습니까.”
“지도라…….”
유신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백석을 응시했다.
“지도는 없다.”
“예……?”
백석이 얼빠진 표정을 짓는 순간 유신의 눈짓을 받은 사병들이 순식간에 백석을 덮쳤다.
“억! 대형! 이게 무슨 짓입니까!”
백석은 순식간에 포박됐고, 훈련장에 있던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석품과 진골 화랑들이 흥미롭다는 듯 다가왔다.
“김유신 이게 무슨 행패냐? 죄 없는 낭도를 왜…….”
“죄가 없는지 있는지 들어보면 알겠지.”
유신은 석품의 말을 자르며 신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서늘한 쇳소리가 훈련장의 소음을 집어삼켰다.
유신이 백석의 목에 칼끝을 들이대며 말했다.
“백석아. 골화천 숲속의 여인들이 내게 말해주더구나. 네놈이 고구려의 개새끼라고.”
“그, 그게 무슨……!”
“사실대로 불어라. 네놈이 여기 온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
유신이 백석의 귀에 대고 오직 그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놈이 꿀 과자라며 허겁지겁 처먹은 그 흙덩이들 말이다. 아직 네 위장에 그대로 들어있을 텐데.”
백석은 헛웃음 쳤다.
“흙이라니!”
그건 분명 천하일미의 꿀 과자였다.
입안에서 살살 녹던 그 단맛을 내 혀가 기억하는데 미친 소리를…….
“못 믿겠느냐?”
유신이 백석의 턱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그럼 혓바닥을 굴려봐라. 이빨 사이에 낀 게 과자 부스러기인지 모래 알갱이인지.”
백석이 무의식적으로 입을 우물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유신의 말을 듣고 나자, 거짓말처럼 입안의 감각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달콤했던 뒷맛이 순식간에 비릿한 흙내로 변했다.
자그락, 자그작.
소름 끼치는 소리.
놀랍게도 이빨 사이에서 씹힌 건 설탕 결정이 아니라 딱딱한 돌가루와 모래였다.
“우욱…!”
백석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더니 헛구역질과 함께 시커먼 토사물을 게워 냈다.
바닥에 쏟아진 건 소화되다만 검은 흙과 이끼 뭉치들이었다.
주변에 있던 화랑들이 악취에 코를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우웨엑! 이 이게…! 이게 뭐야… 헉, 허억!”
백석은 자신의 토사물을 보고 공포에 질려 발을 버둥거렸다.
‘김유신 이놈은 뭘 본 거야?’
자신이 환각에 취해 흙을 퍼먹던 그 기괴한 순간을 이놈은 맨정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백석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설마… 네가 신을 본단 말이냐?”
백석의 입에서 짓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심지어 보이지 않는 신들의 영역까지 이 자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유신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에 백석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기회를 주마. 사실을 말하면 살려는 줄테니.”
유신이 칼을 들어 허벅지를 찌르려고 하자, 백석이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마, 말하겠습니다! 으아악! 말하겠습니다!”
백석이 바닥을 긁으며 울부짖었다.
“저, 저는 고구려의 밀명을 받고 왔습니다!”
좌중이 경악하며 수군거렸다.
“세, 세작이라고?”
“백석이 고구려의 간자였단 말인가!”
“말도 안 돼… 그럼 여태껏 우리를 속이고 있었단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듯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로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걸 어찌 알아냈단 말인가?”
“귀신이다… 김유신 저놈은 진짜 속을 알 수 없는 놈이야.”
백석은 두 손을 싹싹 빌면서 털어 놓기 시작했다.
“고구려 왕께서 점을 쳤는데 억울하게 죽은 점쟁이 추남이 신라의 장군으로 환생해 고구려를 멸망시킬 것이라 했습니다.”
백석이 덜덜 떨며 유신을 올려다보았다.
“그 환생체가 바로 김유신, 당신이라고! 당신을 죽여야 고구려가 산다고 했습니다!”
수군거리던 소리가 점점 번져나갔다.
“적국의 왕이 김유신 이름을 듣고 벌벌 떨었다는 건가?”
“적국의 왕이 무서워 자객까지 보낼 정도란 말이야?”
“저놈이… 나라 하나를 집어삼킬 그릇이었다고?”
모두의 시선이 유신에게 꽂혔다.
얼마 전까지 멸시하던 눈빛은 사라졌고, 두려워하는 감정만 남았다.
유신은 그 시선들을 즐기듯 입매를 당겨 올리며 웃었다.
“고구려 왕놈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벌벌 떤다라….”
유신이 백석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약속대로… 사실을 말했으니 살려 주십시…….”
서걱-!
김유신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백석의 목이 바닥을 굴렀고, 붉은 피가 훈련장 흙바닥을 적셨다.
약속?
그딴 건 애초에 없었다는 듯한 냉혹한 일격이었다.
유신은 피 묻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보았느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나는 망국의 왕자가 아니다! 나는 이 어지러운 삼한을 내 발아래 두기 위해 태어났다!”
유신은 석품과 자신을 비웃던 진골 화랑들을 하나하나 노려봤다.
“신라의 신들이 나를 돕고 적국의 왕이 나를 두려워한다. 헌데 감히 누가 나를 근본 없는 잡종이라 부르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 압도적인 패기 앞에 석품조차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백석의 머리와 피를 뒤집어쓴 채 웃고 있는 김유신.
그날 이후 서라벌의 그 누구도 김유신을 건드리지 못했다.
🔍 팩트 체크. 김유신은 정말 점쟁이의 환생인가?
기록: 『삼국유사』 「김유신 조」
내용: 고구려의 보장왕(혹은 양원왕)이 총애하던 점쟁이 추남을 억울하게 죽인 일이 있었습니다. 추남은 죽기 전 "내가 신라의 장군으로 환생하여 고구려를 멸망시키겠다"고 저주했고, 이후 고구려 왕이 꿈을 꾸니 추남이 김유신의 어머니(만명부인) 품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즉, 고구려 입장에서 김유신은 ‘나라를 망하게 할 시한폭탄’이었기에, 그가 크기 전에 제거하고자 자객(백석)을 보낸 것입니다.
더 자세한 김유신의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여기서 확인해보세요.
망국의 왕자는 신라를 삼키기로 했다 6화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