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왕자는 신라를 삼키기로 했다 4화

소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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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역사적 팩트를 웹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기록된 정사 기반)
📢 등장 인물: 백석, 김유신, 세 명의 호국신




서라벌을 떠난 지 사흘째.
밤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골화천의 숲길.

유신은 말없이 앞서가는 백석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사흘 전이었지.’

백석은 은밀하게 유신을 찾아와 속삭였다.

고구려군 내부에 심어둔 정보통이 있는데 그를 만나면 신라 내부에 침투한 고구려 첩자 명단을 넘겨주겠노라고.

‘가야계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 하는 내 조급함을 노린 미끼.’

유신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백석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자신은 미끼가 아니라 낚시꾼을 물어뜯으러 왔다는 것을.

그때 안개가 짙어지더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인적이라곤 없을 것 같은 깊은 산중.
기이하게도 그곳엔 고풍스러운 정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세 명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어? 이런 산속에 웬 여인들이…? 아하하!”

백석은 여인들의 미모에 홀려 헤벌쭉 웃으며 다가갔다.
그럴 만도 했다.
산속을 헤매는 촌부의 행색이 아니라 비단옷을 걸친 고귀한 사람들이었으니까.
달빛을 받은 피부는 옥처럼 투명했다.

여인들은 웃으며 형형색색의 과자와 술을 내어왔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나리.”

백석은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정자로 기어 들어갔다.

“이게 웬 횡재입니까? 대형 잠시 쉬었다 가시지요.”

유신은 그 광경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맛이 참 좋습니다! 대형도 드시지요.”

백석은 허겁지겁 과자를 입에 처넣었다.
하지만 유신의 눈에는 보였다.

백석이 씹고 있는 것은 과자가 아니라 흙과 이끼였고 마시는 술은 썩은 구정물이었다.
죽은 자에게나 먹이는 제물.

백석의 눈에는 그저 절세미녀로 보이겠지만 안식을 대가로 팔아치우고 눈을 뜬 유신에게는 보였다.
여인들의 몸 주변으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한 인광이.

사람이 아니다.
이 산의 주인 혹은 그 이상의 존재들.

유신은 태연히 술잔을 받는 척하며 여인의 눈을 응시했다.
여인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으나 서늘한 목소리가 유신의 뇌리에 꽂혔다.

[나리의 등 뒤를 따르는 그림자가 나리를 삼키려 입을 벌리고 있군요.]
[그곳은 사지입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이지요.]

백석이 첩자라는 신의 확답이었다.
유신은 피식 웃으며 빈 술잔을 내려놓았다.

“잘 마셨습니다. 덕분에 정신이 드는군요.”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인들은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대신 허공에 세 개의 이름만이 연기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나림, 혈례, 골화.
신라를 지키는 세 호국신이 다녀간 것이다.

백석이 입가에 흙을 묻힌 채 두리번거렸다.

“대… 대형! 방금 그 여자들 다 어디 갔습니까? 귀신처럼 사라졌네요?”
“귀신이면 어떠냐. 중요한 건 우리가 갈 길이지.”

유신은 말에 오르며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 백석아, 큰일 났다.”
“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내가 긴장한 탓에 가장 중요한 그것을 두고 왔다.”

유신이 사색이 된 얼굴로 자신의 품을 뒤지는 시늉을 했다.

“우리가 접선할 정보원에게 대가로 주기로 한 신라 성곽 배치도 말이다! 그게 없으면 놈이 명단을 넘겨주지 않을 텐데!”

백석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김유신 납치는 물론 아주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

“그 귀한 지도를 어디다 두셨단 말입니까?”
“훈련장 내 개인 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 아무래도 다시 다녀와야겠다.”
“훈련장이요? 거긴 너무 멀지 않습니까?”
“그럼 지도 없이 빈손으로 갈 테냐? 거래가 파투나면 네가 책임질 건가!”

유신의 호통에 백석이 꼬리를 내렸다.
어차피 유신은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지도를 챙긴 뒤 납치해도 늦지 않다고.

“아닙니다! 다녀오시죠. 기왕이면 확실한 게 좋으니까요.”

백석이 말머리를 돌렸다.

아마 놈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그 길이 서라벌이 아니라 저승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을.



📜 팩트 체크
-세 명의 여인: 소설에 등장하는 숲속의 세 여인은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기록된 ‘호국신(나림 혈례 골화의 신)’입니다.

실제로 김유신에게 나타나 백석이 적임을 알려주고 사라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김유신의 기지: 신들의 경고를 들은 김유신이 바로 칼을 뽑지 않고 "중요한 문서를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여 백석을 안심시키고 유인한 것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머리까지 좋았던 김유신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김유신의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여기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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