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구달, 왜 실험 대상에게 번호 대신 이름을 붙여줬을까?

다들 제인 구달 하면 그냥 침팬지 연구한 인자한 할머니 정도로만 알고 있지?
근데 사실은 돈도 배경도 없이 맨몸으로 아프리카에 뛰어들어 과학계의 상식을 박살 내버린 진짜 노빠꾸 인생을 산 분이야.
오늘은 그 이야기를 풀어줄게.
#1. 대학 대신 아프리카행 티켓을 끊다
때는 1950년대 영국.
어릴 때부터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소녀 제인이 있었어.
하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대학에 갈 수가 없었지.
보통은 현실에 타협하고 살았겠지만 제인은 달랐어.
"돈? 없으면 벌어서 아프리카 가야지!"
비서랑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결국 친구가 있는 케냐행 배에 몸을 실었어.
#2. 편견 없는 초짜를 원했던 박사
케냐에 도착한 제인은 무작정 당대 최고의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찾아갔어.
운명이었을까?
리키 박사는 침팬지 연구를 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일부러 대학 물을 안 먹은 완전 초보를 원했대.
학위가 있으면 고정관념 때문에 동물을 있는 그대로 못 본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어.
당시 탄자니아 정부에서 "여자 혼자 숲에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며 허가를 안 내준 거야.
그래서 보호자가 필요했거든.
제인 구달은 누구랑 함께 갔는지 알아?
바로 엄마랑!
모녀가 함께 정글 생활을 시작한 거지.

#3. "감히 짐승에게 이름을 붙여?"
정글에 간 제인은 당시 과학계로서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시작해.
침팬지들에게 번호 대신 데이비드, 골리앗, 플로 같은 이름을 붙여준 거야.
당시 학계에서는 연구 대상에게 감정을 이입하면 안 된다며 숫자로 부르는 게 불문율이었거든.
"과학을 모르는 아마추어가 감성팔이 한다"며 온갖 비난을 들었지.
#4. 인류의 정의를 다시 쓰다
하지만 제인은 멈추지 않았어.
그리고 결국 세상을 뒤집을 발견을 해내지.
침팬지가 풀을 다듬어 흰개미를 낚아 먹는 도구 사용 장면을 목격한 거야.
그전까지는 "인간만이 도구를 쓴다"는 게 정설이었거든.
이 발견으로 인류의 정의 자체가 바뀌게 된 셈이야.
이뿐만이 아니야.
침팬지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고 심지어 동족을 잡아먹는 모습까지 세계 최초로 발견했어.

#5. 학사 학위 없는 박사
이 역사적인 발견 덕분에 리키 박사는 제인을 영국 최고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 과정에 추천해 줘.
그런데 대학 측은 황당했지.
"아니 학사 학위도 없는데 무슨 박사 과정을 밟아요?"
하지만 제인의 현장 연구 성과가 워낙 압도적이라 결국 학사 학위 없이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무후무한 전설이 됐어.
#6. 연구자에서 운동가로
평생 숲에서 연구만 했을 것 같지?
제인은 1980년대에 정글을 떠나기로 큰 결심을 해.
자신이 사랑하는 침팬지의 서식지가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는 걸 목격했거든.
"침팬지를 구하려면 결국 그 숲에 사는 인간들의 삶부터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거야.
그때부터 그녀는 1년의 300일을 길 위에서 보내는 환경 운동가로 변신했어.
그러다 지난 10월에 별세하셨지.
제인 구달은 단순히 동물을 사랑한 학자가 아니었어.
학벌과 편견이라는 거대한 벽을 열정 하나로 넘은 개척자였지.
이게 메인 스토리긴 한데
영국 여왕한테 '데임' 작위 받고 유엔 '평화의 메신저'로 임명되기도 했고.
한국에 생긴 제인 구달 길 같은 재밌는 TMI들도 많아.
자세한 건 아래 연혁에 정리해 뒀어.
[제인 구달 연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