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지 속 '도술 끝판대장' 연개소문


'다시는, 요하를 넘지 마라.(고구려를 침공하지 마라)'

 - 당태종 이세민의 유언


당시 당태종 이세민은 능연각 24공신으로 대표되는 기라성같은 명장을 거느리던

그야말로 '전쟁의 화신'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세민조차 넘지못했던 이방의 폭군이 있으니 그가 바로 연개소문이었습니다.





연개소문은

살수대첩 제2의 공신이자 당시 왕이었던 영류왕 고건무(친당파)를 토막살인하고

최고위관리 수백명을 일거에 척결하며

당나라에 대해 친당정책이 아닌 '항전'정책으로 일관함을 천하에 포효하였습니다.


이세민 역시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익을 살해하면서까지 황위에 오른 호전적이고 냉혹한 인물로

자신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연개소문의 그러한 무례함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최고 원로대신이었던 '위징'이 모든 것을 내걸고 말렸지만,

위징이 죽은 후 말릴 사람이 없어지자

마침내 이세민은 직접 대병력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하게 되었습니다.


이적, 이세적, 장손무기 등

당시 중국에서 가장 명망높은 중진들이 총동원된 그야말로 정예 병력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강대한 대외 정벌군이었습니다.




당나라 군대는

개모성, 비사성, 요동성, 백암성, 현도성 등 교두보가 되는 성을 순식간에 격파하고

주필산전투에서는 수만 고구려군 선봉을 포로로 잡는 등 승기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러나 고구려 또한 신성, 건안성 등에서 수비의 이점을 살려 거센 저항을 했으며

속도전을 펼치던 당나라 군대는 그 맹렬함과 예리함을 점점 잃어가고

원정에 동원되는 물자를 빠르게 소진했습니다.


안시성의 지구전 및 게릴라에 흥분한 이세민은

'성 안의 모든 사내들을 죽여버리겠다!'라고 포고하여

오히려 안시성의 저항의지를 북돋아버리는 실책을 범합니다.


결정적으로 수개월에 걸쳐 쌓아올린 토산까지 무너지고

오히려 고구려군이 이 토산을 점거하여 당군을 공격하게 되자

물자와 사기문제를 겪던 이세민은 끝내 퇴각을 결정하게 됩니다.




퇴각은 정벌보다 몇 배는 어려웠습니다.

침공 중 확보된 보급로는 열악하였으며

이세민 본인이 직접 풀을 베고 수레를 밀며 흙을 나르는 등

거대한 늪지대를 통해 퇴각해야만 했습니다.


태종은 죽으며 "위징이 살아있엇다면 나를 말렸을텐데..."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저 단순히 '안시성'에서 '양만춘'이 당나라군대를 물리쳤다라고 배웠지만

사실 안시성 전투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침공군을 상대로 승리한, 손꼽히는 농성전 입니다.




▲ 안시성 전투 기록화. 전쟁기념관



위징이 두려워하였으며

군략의 천재 이세민조차 끝내 넘어서지 못했던 연개소문은

그 포악한 심성과 천재적 전술능력, 끝내 당나라를 패퇴시킨 전공 등이 더해져

시대가 흐르면서 점점 더 인간이 아닌 존재로 승격화되었습니다.


특히 그가 '불교를 억누르고 도교를 장려했다'는 사실이 가공되어

끝내는 도술을 부리는 초인적인 최종보스가 되었습니다.




민간설화 및 '설인귀정동', '설당연의' 등에서는

무협소설의 주인공 '설인귀'가 물리쳐야할 가장 강력하고 신비로운 악역으로 등장합니다.

'백호성의 화신' 설인귀는 스승의 명을 받고

'청룡성의 화신'인 필적 연개소문을 무찌르러 동쪽으로 원정을 떠납니다.




한국의 만화 천랑열전에 등장하는 '규염'은

'규염객전'의 '규염(붉은 수염의 사내)'가 연개소문이라는 설을 차용하여

'사신무(도교의 신비로운 위력을 가진 고구려 무공)'의 창시자로 나오며


한국 SBS 드라마 '연개소문'에서는

중국 경극의 컨셉을 차용하여 비도술(칼을 날리는 기술)의 달인으로

연개소문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삶 자체가 드라마 그 자체였던 연개소문은

여전히 한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까지 가장 많이 재창조되고 있는

역사 속 인물입니다.


연개소문의 자세한 연혁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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