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년 동안 전쟁하고 사상자 0명 나온 레전드 전쟁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이 뭔지 앎?
백년전쟁? 땡.
오늘은 무려 335년 동안 계속됐는데 아무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고.
심지어 전쟁 중인 것도 까먹었던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어이없는 전쟁 썰을 풀어드림.


#1. 잉글랜드 내전, 그리고 쫄딱 망한 왕당파의 '해적' 데뷔
때는 17세기 중반.
잉글랜드에서 왕을 지지하는 '왕당파'와 의회를 지지하는 '의회파'로 나뉘어 내전이 벌어짐.

결과는?
의회파의 압승.

잉글랜드 전쟁에 대해서는 여기서 봐!



쫄딱 망한 왕당파 해군은 '존 그렌빌' 경의 지휘 아래, 영국 본토에서 남서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실리 제도'라는 작은 섬으로 튀었음.

왕당파: "졌네? 배는 있으니... 지금부터 우린 해적이다!"

얘네들이 빡쳐서 지나가는 배들을 막 털기 시작했거든.
그 주된 타겟이 바로 당시 해상 무역 최강국이자 의회파의 동맹이었던 네덜란드였음.


#2. 빡친 네덜란드: "영국 전체는 말고, '너네 섬'만 조진다"
계속 상선이 털리니까 네덜란드가 빡침.
그래서 네덜란드의 레전드 제독 '마르턴 트롬프'를 12척의 군함과 함께 실리 제도로 보냄.




트롬프 제독(네덜란드): "야, 우리 배 턴 거 다 뱉어내라. 보상 안 하면 국물도 없음."
왕당파 해적: "응, 싫은데? 전쟁하든가~"

여기서 트롬프 제독은 역사에 남을 기묘한 결정을 내림.
잉글랜드 본토(의회파)랑 굳이 싸울 필요는 없으니까, 딱 '실리 제도'에만 전쟁을 선포한 거임.

트롬프 제독: "오케이. 1651년 3월 30일부로 우리 네덜란드는 실리 제도와 전쟁을 선포한다!"
이렇게 인류 역사상 가장 길고 평화로운 전쟁이 시작됨.




#3. 전쟁 시작? ㄴㄴ 몇 주 만에 '상대팀'이 사라짐 ㅋㅋㅋ
자, 이제 네덜란드랑 실리 섬 해적들이랑 막 싸웠을까?
ㄴㄴ 전혀 아님.

네덜란드가 선전포고하고 몇 주 뒤인 1651년 6월.
잉글랜드 의회파의 '로버트 블레이크'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나타나 실리 섬을 그냥 쓸어버림.
왕당파 해적들은 바로 항복함.

네덜란드 함대: "아니, 싸우러 왔는데 싸울 놈들이 없네? ...집에 가자."

총 한 발 안 쏘고 그냥 돌아감.
그리고 얼마 뒤 더 큰 규모의 영란전쟁이 빵 터지면서 모두가 이 어이없는 미니 전쟁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림.

평화 협정?
당연히 안 했지.



#4. 335년 후: "님들, 우리 아직 전쟁 중인 거 앎?"
시간은 흘러 1985년.
실리 제도의회 의장이자 지역 역사가였던 '로이 덩컨'이라는 아저씨가 옛날 기록들을 파고 있었음.

로이 덩컨: "어? 이 기록 뭐냐? 네덜란드랑 전쟁 선포한 건 있는데 종전 협정서가 없네? 설마?"

아저씨는 바로 런던에 있는 네덜란드 대사관에 편지를 보냄.

로이 덩컨: "님들아, 혹시 우리 아직 전쟁 중임?"
네덜란드 대사관: (기록 뒤적) "헐... 진짜네요? 우리 아직 전쟁 중이었음 ㄷㄷ"




#5.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종전 협정
이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된 당시 네덜란드 대사 '라인 하위데코페르'가 1986년 4월 17일.
직접 헬리콥터를 타고 실리 제도를 방문함.
그리고 335년 만에, 역사에 남을 평화 협정서에 서명을 함.

이때 네덜란드 대사가 남긴 농담이 ㄹㅇ 레전드임.

라인 하위데코페르 대사: (서명하며 씩 웃음) "335년 동안 언제든 우리가 공격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지내시느라 얼마나 끔찍했겠습니까. (농담)"

이렇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단 한 발의 총성도 없이 인류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이 웃음과 함께 끝남.
총성 하나 없이, 그냥 서류 한 장 까먹어서 335년간 이어진 세상에서 가장 길고 평화로운 전쟁이었음.


네덜란드 제독 트롬프는 대체 왜 잉글랜드 본토가 아니라 고작 섬 쪼가리에만 선전포고를 했을까?
잉글랜드 제독 블레이크가 해적을 쓸어버렸을 때, 근처에 있던 네덜란드 함대는 진짜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둘이 마주쳤다면?

흥미로운 뒷이야기는 연혁에서 확인해봐.

335 전쟁 연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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