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일대기 정리하기 1편 : 그는 과연 몇 년생인가
타임위키가 생기면서 그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스토리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포레스트 검프'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실제 20세기 미국 역사를 가져와서, 그 속에서 '포레스트 검프'라는 허구적인 인물의 삶을 그리는 작품이다.
실제 미국 역사가 영화 중간 중간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당연히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걱정스러운 것은 제작진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시간 순을 무시하고, 영화를 만들었을 경우였지만,
일단은 그들을 믿고 연대기 정리를 시작했다.
넷플릭스에서 '포레스트 검프' 영화를 틀고 대사 하나, 장면 하나 화면을 멈춰가면서 검증 절차를 거쳤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일단 초반부만 했고, 그 결과를 라운지 1편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처음 부딪친 난관은
"검프 형, 도대체 몇 년생이세요ㅠ" 였다.
영화에 전혀 제시된 바가 없기에...
여러분의 AI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가 쓰는 제미나이는 자신있게 검프 출생이 1944년이라고 거듭 주장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검증한 바에 따르면 절대 1944년이 될 수가 없었기에
치열하게 싸웠고, 마침내 내가 승리한 뒤, 확신을 갖고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주의! 지금부터는 영화를 본 사람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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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 1]
검프는 초등학교에 첫 등교를 하고, 스쿨버스를 타서 제니를 처음 만난다.
미국은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그 등교 시기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8월 말 또는 9월 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농번기가 끝난 후인 가을에 새 학년을 시작하기 때문)
따라서 검프 어머니가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초등학교 진학 상담을 하는 시기는 같은 해 봄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단서 2]
검프 어머니는 하숙집을 하는데 어느날 엘비스 프레슬리가 잠시 묵는다.
그 하숙집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는 기타를 치면서 검프에게 'Hound Dog'을 들려주고, 검프는 그에 맞춰 교정기를 낀 채로 춤을 춘다.
그 후 엘비스의 히트곡 'Hound Dog'은 1957년 7월에 발매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노래에 맞춰서 엘비스는 검프가 보여줬던 그 춤을 똑같이 추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이것은 원곡이 아니다. 엘비스는 빅 마마 쏜튼이 1953년 2월에 발표한 'Hound Dog'을 리메이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엘비스가 원곡이 나온 1953년 2월보다 먼저 노래를 부를 수는 없으므로, 엘비스가 하숙집에 묵은 시기는 1953년 2월 ~ 1956년 7월 사이임을 알 수 있다.

[단서 3]
검프는 아이들에게 돌을 맞으면서 괴롭힘을 당한다.
그리고 제니의 "Run, Forrest, Run!" 외침을 듣고 뛰어가다가 다리에 있던 보조기를 부수면서 달리기 능력이 각성하게 된다.
이 시기는 당연히 엘비스를 만난 이후이다. (엘비스 때는 교정기를 끼고 있으므로)
그런데 이 장면에 큰 함정이 있다. 검프가 아이들에게 돌을 맞을 때 'BIG CHIEF TABLET'이라는 빨간 책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초등학교 저학년이 글자 쓰는 법을 배울 때 쓰는 공책으로, 글자 쓰는 칸이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초등학교 저학년이라고 착각하고 한동안 수렁에 빠졌었다. (뒤에 대학교 시기와 도저히 맞지 않는다)
하지만 제니는 같은 공책이 아닌 다른 두꺼운 책들을 들고 있다.
따라서 검프의 발달 속도가 늦기 때문에 나이에 맞지 않게 초등학교 저학년용 공책을 들고 있었구나! 영화적 디테일이구나! 해석할 수 있었다.

(저 빨간책이 BIG CHIEF TABLET라는 공책이다)
[단서 4]
검프가 비 오는 날 제니가 다니는 여대를 갔다가 같이 기숙사에 숨어 들어간 이야기가 나온다.
거기서 제니는 '조앤 바에즈' 같은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1960년 데뷔 앨범을 발표한 조앤 바에즈는 1963년까지 큰 성공을 거둔다.
따라서 대학 시절이 최소 1960년 이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서 5]
검프는 앨라배마 대학교를 다니던 중에, 주지자 조지 월리스가 흑인 학생들의 대학교 입학을 막으려는 현장을 우연히 지나가게 된다.
이것은 실제 1963년 6월 11일에 있었던 앨라배마 대학교 흑인 등록 거부 사건이다.
이 시기에 검프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단서 6]
검프는 미식축구 능력을 인정받아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전미 미식축구 대표팀으로 선발되어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이 때 검프는 '대학 생활이 끝났다'는 발언을 한다.

일단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11월에 암살되었다.
전미 미식축구 대표팀은 12월에 선발하기 때문에, 검프와 케네디는 1963년 12월에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케네디를 만난 시점을 1962년 12월로 보는 것이 합당하며,
대학 생활이 끝나야 하므로 다음 해 1963년 6월 졸업식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미국은 제도상 6월 중순 학사 학위 취득)
그런데 1963년 6월 11일 [단서5] 사건 때는 검프가 학교를 다니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63년 6월 중순(15일 정도) 학위 취득으로 보면 미국 학사 행정의 모순 없이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다.
[계산]
검프가 학사 학위를 받을 때 '5년 간 대학교에서 미식축구를 했다'는 발언이 나온다.
자 이제부터 뒤로 역산할 차례다.
검프는 1963년 6월 중순 대학교를 졸업한다.
5년을 다녔으므로, 1958년 만 18세에 대학을 입학한 것으로 추정된다.(미국의 일반적인 입학 나이)
- 1학년 1958년 가을 입학
- 2학년 1959년 가을
- 3학년 1960년 가을
- 4학년 1961년 가을
- 5학년 1962년 가을
- 1963년 6월 학사 학위를 받으며 졸업
그 기준으로 계산하면,
마침내 포레스트 검프는 1940년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1946년 9월 초등학교 입학,
1953년 3월 엘비스 프레슬리 만남 등으로 정리가 된다.
정리한 연혁은 여기 [포레스트 검프 연혁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도 검프의 족보, 제니와의 자잘한 사건 등을 정리하느라 아직 초반부만 했지만,
앞으로 부지런하게 정리해서 다음 편을 이어가겠다.